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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시대 — 평범한 대학생에게 초능력이 생기면 왜 영웅보다 백수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될까 ― 청년 실업과 초능력을 결합한 판타지 코미디

읽는 시간 약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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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과 초능력이라는 기발한 만남

세상을 구할 히어로가 되기에는 통장 잔고가 너무 가볍고 알바 면접에서 연달아 떨어지는 청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다수의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는 주인공이 엄청난 능력을 각성하자마자 지구를 위협하는 악당을 물리치거나 거대 기업의 음모를 파헤치는 장대한 서사로 직행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클리셰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소소하고 슬프면서도 웃음이 터지는 지점에 시선을 고정한다. 초능력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세를 걱정해야 하고 편의점 폐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소서 제출 마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빌려와 지독하게 현실적인 청년 실업의 세태를 정곡을 찌르듯 묘사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영웅주의와 백수 생활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비범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사회 시스템 안에서 마땅한 밥벌이를 찾지 못해 잉여 인간으로 전락해버린 청춘들의 자화상은 웃픈 공감을 자아낸다. 화려한 CG나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대신 방구석에서 능력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는 주인공의 일상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카ataris를 선사한다. 판타지 설정을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저에는 20대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짙게 깔려 있어 단순한 개그물로 치부할 수 없는 묵직한 현실감을 전달한다.

평범한 백수에게 주어진 비범하고 쓸모없는 능력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초능력들은 마블 유니버스의 히어로들이 가진 우주를 구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지구를 지키는 힘 대신 당장 다음 달 공과금을 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청년들의 삶에 맞춤형으로 고안된 듯 미묘하고도 생활밀착형인 능력들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물건을 공중에 살짝 띄울 수 있지만 스마트폰 무게 이상은 버거워 라면 냄비도 간신히 들까 말까 한 염동력이나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상대방이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 정도의 쓸데없는 잡생각만 들리는 독심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능력들은 거대한 악을 무찌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할 때 바코드를 손 안 대고 찍거나 면접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어내어 탈락의 실마리를 미리 파악하는 데는 미세하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설정은 주인공들을 영웅이 아닌 철저한 백수의 카테고리에 머물게 만드는 핵심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능력이 생겼다는 사실에 잠깐 들떠 세계 정복이나 히어로 활동을 꿈꾸다가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자소서 창을 다시 켜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씁쓸함을 남긴다. 능력을 활용해 돈을 벌어보려 야심 차게 기획한 일들이 온갖 허점과 실수로 인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전개는 독자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선사한다. 비범한 초능력과 지극히 평범하고 무기력한 일상의 괴리감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서사의 장단점

이 독특한 판타지 코미디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단연 허를 찌르는 유머 감각과 뛰어난 현실 공감대다. 청년 실업이라는 무겁고 민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를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중화시켜 무거움과 가벼움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낸다. 취업 준비생들이 겪는 자괴감과 무기력함을 비관적으로만 그리지 않고 특유의 유쾌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위로를 받게 만든다. 등장인물들 역시 완벽하고 멋진 주인공들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핍투성이의 입체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서사의 전개가 다소 에피소드 중심형으로 흘러가다 보니 거대한 플롯이나 명확한 기승전결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능력의 기원이나 세계관의 확장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보다는 당장의 백수 생활 탈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동력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개그 코드가 워낙 독특하고 B급 감성에 가깝다 보니 대중적인 취향에 따라서는 유치하거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실의 팍팍함을 잊기 위해 가볍게 웃으며 보기에 좋지만 깊이 있는 서사를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가볍게 다가갈 여지가 있다.

현실 밀착형 판타지만이 선사하는 독보적인 몰입감

대부분의 판타지 콘텐츠는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기 위해 주인공을 현실과 완전히 격리시키곤 한다. 이세계로 전생시키거나 엄청난 재벌가의 숨겨진 자식으로 설정하여 지극히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대리 충족시켜 주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초능력이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요소를 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가장 비참하고 현실적인 공간인 월세 방 한 칸과 편의점 알바 자리에 밀어 넣는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현실 밀착형 몰입감을 선사하며 판타지가 주는 대리 만족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작품 속 인물들이 능력을 사용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지질하고도 인간적인 꼼수들이다. 면접장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기 직전 초능력으로 분위기를 수습하려다 더 큰 재앙을 자초하거나 친구와 피자 한 판을 더 먹기 위해 능력을 낭비하는 모습들은 영웅의 태도가 아니라 진정한 백수의 자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청년 실업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 효과를 낸다. 판타지의 외피를 둘렀지만 결국은 이 시대 모든 청춘들의 일상을 대변하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

기존 히어로 서사 및 판타지 장르와의 차별점

기존의 히어로물이나 초능력 장르와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이 가지는 가장 큰 차별점은 권력과 책임의 무게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스파이더맨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고뇌하며 도시를 지키는 동안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큰 힘이 생겼으니 당장 오늘 알바 시급이나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쉰다. 영웅으로서의 소명 의식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생존과 취업이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본능만이 주인공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설정은 기존 히어로 장르가 가진 엄숙주의를 통렬하게 해체하며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일반적인 판타지 웹소설이나 코미디 장르와 비교해 보더라도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내는 방식에서 확연한 차별점을 보인다.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일회성 개그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마주한 차가운 현실과 구조적인 모순을 이야기의 기저에 단단하게 깔아둔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풍자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웅의 망토 대신 낡은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자소서와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들의 행보는 판타지 장르가 현실을 비추어내는 또 다른 아름답고도 슬픈 방식을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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