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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왜 남편의 납치사건과 정치적 위기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나 ― 정치권의 모순을 풍자한 블랙코미디

읽는 시간 약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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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자 블랙코미디가 보여주는 새로운 가능성

ott 플랫폼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소재와 형식의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2021년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인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정치라는 무겁고 뻔한 소재를 유쾌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풀어내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보통 정치 드라마라고 하면 권력 다툼이나 음모, 혹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인물의 성장을 다루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시작부터 남편의 납치라는 자극적인 사건을 던져두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문체부 장관에 임명된 정은란입니다. 임명 직후부터 정치판의 거센 풍파에 휘말리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직전, 남편이자 유명 시사 평론가인 김성남이 납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장관이라는 공적인 신분과 남편의 안전이라는 사적인 위기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주인공의 억지스럽고도 분주한 행보는 보는 이들에게 실소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치판의 민낯과 위선, 그리고 권력을 향한 인간의 속물적인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전개와 독창적인 캐릭터 설정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코 시종일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빠른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에 있습니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각 회차가 짧고 강렬하게 편집되어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사건이 해결될 만하면 또 다른 거대한 장애물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해 나갑니다.

주인공 정은란을 연기한 김성령의 연기는 이 작품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줍니다. 우아하면서도 동시에 뼈 있는 대사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습니다. 남편의 납치범과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 속에서도 문체부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놓지 않으려는 모습은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정은란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 정은란의 곁을 지키며 좌충우돌하는 열정 만렙 수행비서 김수진
  • 정치적 셈법에만 빠져 있는 야비하고 기회주의적인 국무총리 차정원
  • 사라진 남편이자 정권의 비판적 지식인 김성남의 숨겨진 실체
  • 문체부 내부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각양각색의 공무원 군단

이들은 단순히 소모되는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며 극의 긴장감을 높입니다. 특히 정치판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기에 오히려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인물들의 대사는 현실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어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장르적 쾌감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지점

기존 한국 정치 드라마의 공식을 완전히 깨부수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합니다. 진지함과 유머를 절묘하게 오가는 연출은 물론이고 여성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성 중심적이었던 정치 드라마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을 받습니다. 권력의 중심에 선 여성이 남성들의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을 흔들고 주도한다는 설정은 매우 신선합니다.

하지만 모든 서사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상 개연성보다는 상황의 아이러니함과 말맛에 집중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결말을 맺는 과정에서 다소 급하게 수습하려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남편의 납치라는 거대한 미스터리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이 예상보다 김빠지게 처리되거나 정치적 음모의 실체가 다소 평이하게 그려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인물들이 쏟아내는 대사가 워낙 정보량이 많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끔은 시청자가 내용을 따라가기 숨 가쁠 수 있습니다. 정치적 풍자의 수위가 현실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연상시키면서도 은근하게 비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정치에 관심이 없는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농담으로 다가갈 여지도 존재합니다.

현실 정치 풍자 콘텐츠들과의 비교 분석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정치 풍자는 과거 회생하기 어려운 금기였거나 혹은 너무 계도적이어서 지루한 장르였습니다. 과거의 정치 드라마들이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권력의 암투를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하게 다루었다면 최근에는 장르적 변주를 시도하는 작품들이 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다른 정치 풍자물들과 비교해 보면 이 작품만의 독보적인 색깔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모 대통령 관련 시트콤이나 풍자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직접적인 정치인 비판보다는 제도의 모순과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 군상의 처절함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과거의 정치 드라마들이 무겁고 진지한 톤앤매너를 유지했다면 이 작품은 시트콤에 가까운 경쾌함을 보여줍니다
  • 남녀 주인공의 대결 구도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로맨스릴러와 달리 정치와 가정이라는 두 영역의 붕괴를 동시에 다룹니다
  • 대사 중심의 블랙유머를 활용하여 시청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여지를 줍니다
  • 정부 부처 내부의 소소한 생태계를 리얼하면서도 해학적으로 묘사하여 직장인들의 공감을 삽니다

결과적으로 이 시리즈는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으로 성공적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집니다. 통쾌한 사이다 발언이나 권선징악의 뻔한 결말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현실 풍자를 택함으로써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여운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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